자녀가 어떻게 공부를 해야, 진짜 공부력인 '생각하는 힘'이 생길까요? 이것이 이번 주제입니다.
우선 질문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하나요?
자녀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부모의 눈에는 아이가 공부한 시간이나 아이가 노트나 인쇄물에 기록한 글자만 보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1시간 공부했는데도 노트나 인쇄물에 아무 내용도 적혀 있지 않다면, 아이가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지요. 정말 그럴까요?
아이가 그 시간 내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공부한 양이나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 큰 의미가 없겠죠. 특히 평소에도 무엇이든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밴 아이라면, 공부할 때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공부한 시간이나 양이 아니라, 아이가 '생각한 흔적'을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생각한 흔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의 머릿속을 눈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강제로 자기의 문제집이나 노트를 검사하는 건 싫어해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을 때는 그 성취감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 하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오믈렛을 예쁘고 맛있게 만들었다거나 어려운 직소 퍼줄을 완성했다면, 배우자나 아이들에게 "이것 봐!" 하고 자랑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무언가를 달성했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실패했을 때는 따뜻하게 위로받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죠.
그러니 부모인 여러분이 먼저, 이렇게 물어봐주세요.
"오늘은 어떤 공부를 했니?"
열심히 공부해서 성취감을 느낀 아이라면,
"오늘은 수학 문제를 다 풀었어. 마지막 문제가 좀 갈리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공식이 떠오르더라고"
하면서 묻지 않은 것까지 술술 이야기할 겁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모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아이들이라도 질문만 잘 골라서 하면 순순히 대답을 해줍니다. 반대로 공부가 잘 되지 않아서 풀이 죽은 아이라면 안색이나 목소리에서 티가 납니다. 그럴 때는 혼을 내거나 섣불리 위로하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주세요.
"많이 어려웠구나"
이처럼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해주면, 아이도 마음 을 엽니다. 저의 경험에 비춰보건대, 아이의 공부가 잘 될 때보다는 잘 되지 않을 때, 엄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공부가 잘 되지 않아서 시부룩해 있으면, '더 열심히 헤'라고 말하며 다독이고 싶겠지만, 열심히 해도 잘 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이 말자체가 너무 가혹합니다. 오히려 아이가 아예 마음을 닫아버릴수도 있으니 그럴 때일수록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쥐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과정을 인정해주기
자녀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은데, 아이가 유독 싫어하며 거부할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럴 때는 이제껏 아이와 주고받았던 말들을 되짚어보세요.
"이것 봐. 여기 잘못됐잖아!"
"글씨 좀 예쁘게 써."
"똑같은 데서 또 틀렸잖아?"
그동안 이렇게 아이의 '모자란 부분'만 지적하지 않았나요? 정말 그렇게 해왔다면 아이가 싫어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오늘부터라도 좋으니, 아이가 '잘한 부분'을 인정해주세요. 시간은 좀걸리겠지반, 아이가 잘한 부분을 자꾸인정해주다 보면 머지않아 아이도 마음을 엽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이가 공부하는 내내 옆에서 지켜보기는 어렵겠지만, 집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틈틈이 들여다보세요. 또 한 아이가 공부를 마쳤을 때나 공부하는 중간이라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는 인정해주기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과정을 인정해주는' 자세입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로부터 인정받은 아이는 더 열심히 배우고자 노력하게 되고 생각하는 힘도 자랍니다. 공부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도 있듯이, 직접 자녀의 공부에 관여하기보단 지켜봐주고 마음을 쓰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