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계획하는 능력이 필요할까?
"오늘은 놀이동산 가자."
"우와, 얼른 가요!"
자녀가 초등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어딜 가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를, 주로 부모가 결정합니다. 자녀가 어려서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못했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도록 만들면 안 됩니다. 무슨 일이든 부모가 계획을 세워주는 게 당연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게습관이 되면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계획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계획력이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
저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계획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왜냐고요?
계획하는 과정이 곧 생각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려면,
'이 일을 00일까지 끝내려면 우선 △△를 하고, 그 다음엔 ㅁㅁ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00를 먼저 해뒤야겠구나'
같은 식으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죠. 계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부모나 교사가 시켜서 하는 공부와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하는 공부 . 어느 쪽이 더 단단한 결실을 맺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아이가 한자 쓰기 숙제를 헤야 한다고 합시다. 숙제니까 어절 수 없이 헤야 한다면,
'아, 하기 싫어. 귀찮아. 저녁에는 학원에 가야 하니까 다녀와서 자기 전에 해야지.
참, 그 전에 TV도 잠깐 봐야 해. 그럼 취침 시간일 테니 빨리 써야겠네. 빨리빨리 대충 한 페이지만 채우고 끝내자'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반면에 계획력이 있으면, '오늘은 한자 5개를 노트 한 페이지 분량에 쓰면서 외워야지. 저녁엔 학원에 가야 하니까, 그 전에 집중해서 15분 안에 끝내는 거야' 하며, 스스로 계획해서 한자 연습을 하게 되겠지요. 그렇게 아이가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면, 학습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성적까지 오르면 자신도 기분이 좋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아이가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부모가 신경 써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게임처럼 즐기는 계획 세우기
그럼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계획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까요? 제가 아이들에게 활용한 방식은, '15분을 1단위로'삼아 계획을 세우게 한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4시. 잡자리에 드는 시간이 밤 8시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집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입니다.
15분을 1단위로 하면 1시간은 4단위이기 때문에, 4시간이면 총 16단위가 됩니다. 이렇게 단위를 나눴으면, 그 날 할 일을 종이에 적고 그 일을 하는 데 각각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합니다.
저녁 먹는 데 30분이 걸리면 2단위, 씻는 데 15분이 걸리면 1단위, TV를 1시간 시청하면 4단위 같은 식으로, 할 일을 전부 단위로 환산해서 적는 겁니다. 물론 공부하는 시간과 양치질하는 시간, 노는 시간도 넣어야 합니다. 이 모든 시간을 합쳐 16단위라면, 주어진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일을 모두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를 합쳤더니 18단위라면 2단위를 줄어야겠죠. 무엇을 줄일지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초등학생 정도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TV 보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 1단위씩 줄일게"라고 말한다면, 이미 그 아이는 계획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럴 때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수정까지 했구나" 하며 칭찬해 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워나갈 겁니다. 당연히 그만큼 생각하는 힘도 자랄 테고요